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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배우기

국제갤러리 하종현

국제갤러리 서울관 k1, k2, k3 세 곳의 전관에서 열리는 단색화의 대표작가 하종현 작가님의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국제갤러리는 한국의 대표 갤러리 중의 하나이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가깝게 위치해있어 함께 관람하기 좋은 곳입니다. 인사동이 아닌 사간동(현재의 삼청로 일대)에 국립현대미술관이 위치하게 된 것도, 애초에 이전에 생겼던 국제갤러리 같은 유수의 화랑들이 먼저 문화 예술의 터를 닦아 놓았기 때문인 이유도 주요할 것 같습니다. 현재는 한남동과 강남 등지로 화랑이 흩어져 있는 느낌이 들지만 아시다시피 에전에는 인사동에만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국제갤러리가 사간동에 터를 잡으면서 사간동 일대도 화랑들이 자리 잡고 해외 미술들이 많이 소개되기 시작한 것을 보면 현재 이렇게 국제적인 갤러리가 되었음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현재 단색화가 한국미술사의 중요한 미술사적 흐름으로 인정되면서 하종현, 박서보, 윤형근과 같은 일군의 작가들이 많이 조명되고 있습니다. 지금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의 주인공인 하종현 작가는 단색화의 주요작가입니다. 1935년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59년에 홍대 회화과를 졸업하였습니다. 김환기 작가가 1913년생이니 20년은 훨씬 뒤의 세대이지만 연세를 생각하면 벌써 80대임에도 사진이나 인터뷰에서의 모습은 매우 정정하십니다. 이제 백세 시대가 아닌 120세 시대가 되었다고 하니 앞으로 더 오랫동안 화업을 이어가실 모습이 기대됩니다. 작가는 홍대 미술대학 학장을 1990년대에 역임하고 2001년부터 06년까지는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을 역임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파리 퐁피두와 뉴욕 현대 미술관인 모마, 구겐하임, 시카고 미술관 등지의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고 하니 살아가며 작가로서 누릴 수 있는 영광을 이렇게 많이 누린 작가가 얼마나 될까 싶습니다. 

 

3월 13일까지 열린다고 하는 이번 전시에는 작가가 평생 탐구해온 '접합'이라는 주제하의 연작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일부는 1990년대 작품이 몇 점 있었고, 대다수는 2020년, 2021년의 근작이었습니다. 작가의 주요 방법론으니 '배압론'이라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그리고 '이후 접합'의 연작은 기존 '접합' 연작의 방법론인 배압론을 응용하여 재해석하고 탐구한 작업이라고 합니다. '이후 접합'작업은 나무 합판을 일정한 크리로 자르고 그 나무 조각을 하나하나 먹이나 물간을 칠한 캔버스 펀으로 감싸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작가는 나무 조각들을 화면에 배열하고 가장자리에 유화물감을 짜서 다른 나무 조각을 붙이는 방식으로 물감이 스며들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가끔 물감을 스크래치를 하여 역동적 표현을 주거나 율동감을 주고 있습니다. 기존에 시도했던 접합 연작이 마대를 평면적으로 사용해서 물감이 두텁게 배어 나오게 했다면, '이후 접합'작업은 나무 조각 자체의 물성으로 새로운 표면을 형성해서 입체성을 부여했다고 합니다. 말로 설명하려면 복잡하지만 아래의 전시 사진을 보거나 전시된 작품을 보신다면 단번에 이해가 되시리라 생각합니다. 

 

국제갤러리는 현재 k1, k2, k3라고 하는 세 군데의 공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k1이 원래의 본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k1전시를 보고 나와 그냥 조금 걸으면 지척에 k2관과 k3관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때문에 세 군데를 어렵지 않게 돌아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3월 1일 연휴일이라서인지 국제 갤러리의 관람객도 꽤 많았습니다. 하종현 작가는 올해 4월부터 시작되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현지의 비영리 기관인 폰다치오네 베비라콰 라 마사라는 곳의 주최 하에서 회고전을 연다고 합니다. 작가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과 단색화에 대한 작가의 오래된 고찰을 통해서 단색화의 현주소를 알아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하니 저도 혹시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를 보러 가게 된다면 꼭 찾아가 봐야겠습니다. 지금 열리는 국제갤러리 전시는 3월 13일까지이니 국립현대미술관의 아이웨이웨이 전시, 올해의 작가상, 학고재 전시와 하루에 다 관람해도 좋겠습니다.